예술공간 봄 2전시실

곽경린(GWAK Kyung-lin)최인영(CHOI In-young)함정미(HAM Jeong-mi)

  1. 09.06.(Thu) - 09. 19.(Wed)

작가와의 대화 Artist Talk| 2018.09.08(Sat) PM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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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린, <사막>, Black pen and watercolor on paper, 23.4x31.8cm, 2018 ⓒ곽경린


작가노트

①우리는 밑바닥의 감정을 꺼내면 약점이 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겉으로 난 생채기에는 난리를 피우면서 속에 곪은 것들은 도통 꺼내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다. 그런 것들을 꺼내면 약점이 된다던데.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모르는 척. ‘척’들로 자기 자신을 죽이면서 사는 삶이 과연 진짜일까.

우리는 글을 쓴다. 가장 밑바닥의 감정을 꺼내서 부수고 다듬어서 활자로 만든다. 진짜를 살고 싶어서 우리의 약점을 먼저 공개하려고 한다. 속에 곪은 것들은 꺼내야만 치료가 된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 더 이상은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모르는 척 하지 않을 셈이다. 이 세계에서 잘 사는 것보다, 내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우울한 날도, 죽고 싶은 날도 있는 거다. 부서진 것들을 하나씩 꺼내다보면, 언젠가는 내 조각과 당신의 조각이 마주할 날이 있을 거다. 그런 걸 위로라고 부른다. 그런 걸 공존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잔인하고 무서운 세계에서 당신과 같이 살고 싶다. 우리가 먼저 꺼내 보이겠다. 두려움, 공포, 우울, 외로움, 죄책감, 슬픔과 같은 무거운 감정들을. 다음은 당신 차례다. 당신이 용기를 내준다면, 우리는 이 세계에서 같이 걸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글과 캘리그라피 또는 그림과 같은 예술을 하는 데 있어서 우울은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디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지, 우울을 통해 어떠한 예술적인 영감을 받아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는 소음 속에서 살고 있다. 소음에서 벗어나 정적으로, 침묵과 우울에서 나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 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우울한 나에 대해 먼저 말하겠다. 당신이 혼자 우울해하지 않도록 먼저 손 내밀어 주려 한다. 당신이 우울한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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